전남행7 : 화순 운주사 여행


운주사는 특별하다. 이야기 없는 절이 어디 있겠는가만은, 운주사는 무언가 더 먼 옛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천불천탑 이야기도 그렇고, 마고할미 이야기도 그렇고, 무수하게 늘어서 있는 부처와 탑들 모두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무심한 것이 하나 없다.

절터는 아래 보듯이 산으로 빙 둘러쌓인 골짜기에 자리잡았다. 안타깝게도 몇 해 전 산불로 뒷 산과 오른쪽 산의 나무가 다 타버려 아주 작은 관목들말고는 큰 나무가 없이 휑 하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는 왼쪽, 그러니까 와불이 있는 쪽은 다행히 불이 닿지 않아 그대로 숲이 남아 있다.



골짜기를 올라가다보면 좌우와 중간 중간에 부처님과 탑들이 여기저기 서 있다. 제대로 복식과 표정 등이 표현된 것도 있고 그냥 사람의 형상만 간신히 갖춘 것도 있고, 심지어 저 아래 사진처럼 그냥 돌 몇 개를 연이어 쌓아놓은 것도 부처 축에 낀다.

하지만 무에 어떠랴. 처음부터 축원이었고 발원이었으니 마음이 통하였으면 되었다. 쌓은 사람, 절 하는 사람, 오가는 사람, 모두 마음 닦으면 그만이다. 애당초 부처가 부처 아닌 것이 맞지 않은가 말이다.





탑들은 제일 앞 쪽에 있는 세 분의 탑이 제일 잘 생겼고 또 벼슬(보물 몇 호 그런거)도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만들다 말았는지, 아니면 무너졌는지 여러 형태의 탑들이 있다. 골짜기 아래에도 있고, 산 위에도 있다. 기묘한 것은 저 아래의 둥근 탑. 문외한이니 설명은 못 하겠고, 저렇게 둥근 모양은 처음 보았다. 왼쪽 가파른 길로 올라가면 와불이 나오는데, 와불 전에 그 둥근 상석 일곱 개가 있어 아마 그런 형식으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한다. 그 자체로는 놓여진 모습으로 보아 북두칠성을 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우연이 아닌가 싶다.




대웅전과 앞 마당. 거기 있는 탑도 그다지 크거나 화려하지 않은데, 그걸 떡 하니 중심에 모셔놓은걸 보니 어쩌면 운주사 건축이 시작되던 때에는 큰 의미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그 옆에도 후대의 사람들이 쌓아놓은 작은 돌 무더기들이 끝없이 생겨나고 있었다.

절집들 자체가 거대하고 화려한 것들이 없었다. 다 그저 작고 올망졸망했으며, 여럿이 있어도 다 합쳐봐야 그저 조금 큰 저택 정도로 보였다. 게다가 골짜기가 탁 트이고 마당이 넓어 산이나 숲이 덮어씌우는 듯한 느낌이 없어 좋았다. 어떤 절들은 그런 느낌으로 답답한 경우도 있다.



산 위의 탑과 부처들. 좌우의 산 중턱과 산정에 여기저기 서 있어 과연 천불천탑이라 부를만 했다. 과연 어디를 바라보시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누구의 원력을 담고 있는지, 다시 올 개벽은 아직 멀었는지...



와불. 두 분의 부처시지만 부부라고 보인다. 한 분은 크고 한 분은 작다. 부처가 웬 부부라고 말하지 말라, 홀로라야만 부처라면, 그건 진짜 부처가 아니다. 이분들은 새로운 세상을 잉태하고 있는거다. 잠들어 있는 것 같아도, 이제 다시 새벽이 오면, 개벽이 오면, 아아 그때는 눈을 뜨고 일어나 세상을 밝히고 악한 것들을 몰아내어 주실거다. 그래서 두 분이 함께 계시는거다. 기다리는거다.







운주사를 짧게 보아서 아쉬웠고, 사진이 시원치 않아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산정에 있는 다른 부처와 탑들도 모두 좀더 길게 살펴보고 싶다.

점심 시간이 되기 전에 광주로 향했다. 도중에 갈치 조림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비싸고 맛은 그저그랬다. 정보도 부족했고, 시간과 거리, 여러가지가 맞지 않았다. 게다가 국물까지 옷에 튀었다 -.-

점심 후 망월동에 도착, 아주 잠시 있다 왔다. 다음 글은 짧게, 망월동.



덧글

  • Casillas 2010/06/10 20:45 # 답글

    운주사를 다녀오셨군요.
    초등학교때 현장학습 같은거 하면 매일 운주사여서.... 참 많이 갔던 곳이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
  • 백면서생 2010/06/11 00:52 #

    근방에 사시는가봅니다. 저는 처음이라서 무척 설레고 두근거렸습니다. 또 가도 그럴 것 같아요. 뭔가 신비한 것이 있어요.
  • hmsy 2010/06/11 00:43 # 삭제 답글

    一直都沒有發現原來躺在那兒的,是一對佛。這可真是有趣了,佛通常都一尊尊的被雕塑,被擺設,照片傳達的感覺,讓人聯想到天主教的聖母與嬰孩耶穌。佛的意境,又是什麼呢?
    看到令人流連、又再三玩味的照片,感謝分享。
  • 백면서생 2010/06/11 01:30 #

    我覺得你們國家的佛像的觀念很不一樣. 我們國家佛像的形象是我們自己, 因此,佛像和石塔是我們的願望,希望,和我們自己. 事實上,那間寺廟的佛像跟石塔是'人民'的傳說. "如果人們在一夜之內做出1000個佛像和1000個石塔,一個新的世界就會興起". 那是'人民(민중)'的期待. 你的想法也很有意思,我喜歡. 是的,佛陀可以是女生,那麼,雲住寺的臥佛就是女佛陀懷抱嬰孩佛陀!! 謝謝你的詮釋,我喜歡.
  • 2010/06/11 1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백면서생 2010/06/11 11:37 #

    그걸 지켜보시느라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다행히 와불 쪽은 숲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불길이 닿지 않았던 듯 합니다. 하지만 뒷쪽은 거의 민둥산입니다. 풀과 작은 관목 정도만 자라고 있어요. 절집들은 다행히 보존이 되었었나봅니다.
  • cleo 2010/06/11 22:22 # 답글

    전 운주사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 어찌보면 경주 남산의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석불들 모습 같기도 하고(좀 더 투박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기도 한)...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어요!

    그런데....서생님 3개국어 하시는 거에요?@.@
    (저 복잡한 한자들...무슨말인지 궁금합니다"a)
  • 백면서생 2010/06/11 23:46 #

    기회가 되시면 광주 쪽과 묶어서 한번 가보세요. 저는 괜찮았어요. 장엄하거나 고독하거나 혹은 산만하거나 하지 않고 아담하면서도 무슨 결계가 처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hmsy님의 덧글은 부처님들이 다 특색이 있다는 이야기, 와불이 천주교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 같아보인답니다. 그래서 아주 흥미있는 해석이라고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운주사의 전설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었답니다. 그다지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능 -.-;;;
  • cleo 2010/06/12 14:55 #

    그러고보니 hmsy님 말씀처럼 '성모자상' 같은 느낌이 납니다.
    사물을 보는 눈이 예리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전해주세요...ㅎㅎ)
  • 백면서생 2010/06/12 23:52 #

    그렇죠. 어쩌면 길상사의 그것이 비슷할 수도 있겠어요. 역시 해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주말 잘 보내시는지요.
  • sasac 2010/06/12 22:50 # 삭제 답글

    전에....
    길가던 아줌마입니다.
    구석구석 부진런히 다니셨군요..
    운주사에 갔을때 제가 찍엇던 곳을 서생님도 찍었다는 것이 저를 기쁘게하는 밤이네요. ^.^
  • 백면서생 2010/06/12 23:58 #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sasac님도 운주사에 가신 적이 있다니 또 반갑습니다. 누군가와 같은 곳을 보았다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인가봅니다. 함께 있으면서 다른 곳을 보는 경우가 더 많은 세상이니 말입니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시간은 흘러가고, 여행용 짐을 언제나 방 한 구석에 두고 있으면서 잘 못 가곤 하네요.

    별로 볼건 없지만 자주 놀러오세요. 저도 놀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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