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 - '개독교'로부터 관심

지난 4월 2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라는 단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

 

세상의 근심거리를 떨쳐버리는 평안의 합창이 불기 2553년 불탄일을 기뻐하는 불자 여러분에게서 시작되어 온 세상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기 바랍니다.


특별히 올해의 봉축 주제인 ‘나누는 기쁨, 함께 하는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는 불자들의 자비심과 자비행을 통해서 사회 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큰 용기를 갖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불자들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 세상에 희망이 넘쳐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불교와 기독교가 다른 종교이지만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나갈 때 이 세상에 선한 마음과 선한 행함이 풍성하게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또 이 땅의 종교인들이 힘을 모아 함께 어려운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함으로 이 세상에 평화와 정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걸음을 함께 하게 되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더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


2009년 5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기총이 아니다. 이른바 '개독교'들이 잔뜩 모여 있는 단체이지만, '개독교'로 지탄받는 그 모든 항목들과는 정반대로 활동해온 단체다. 흔히 영어 약자로 NCCK, 또는 그냥 NCC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그다지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지만, 아직도 많은 보수 교회들은 이 단체를 '빨갱이들'로 간주하고 있다.

어려웠던 60년대와 70년대를 견뎌내고 진보적인 기독교운동을 주도해왔을 뿐 아니라, 많은 수배 학생들과 활동가들을 품어주던 도피처이기도 했다. 80년대 역시 그러했다. 어느새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마치 가톨릭만이 종교적 양심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누가 뭐래도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 자리를 틀고 앉아 모진 세월을 이겨낸 이 단체가, 이 단체 주변의 수많은 직접간접 관련 활동가와 학생들, 그리고 야당 지도자들에게 욕먹어야할 이름은 결코 아니다.

틀림없이 거기에는 공과 사가 혼재하고 있었겠지만, 그리고 지금 힘이 많이 쇄약해졌지만, 여전히 그 이름은 굳게 '에큐메니칼'의 정신으로 남아 있다.

또한, 한편에서는 불상에 페인트칠을 하고, 사찰들이 무너지기를 기도하는 목사들이 우글우글하더라도, 이런 공존과 평화의 메시지를 매년 보내는 기독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기독교인이지만 나도 개인적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린다. 오셔서, 자비와 광명으로 이 혼탁한 세상을 좀 밝혀주셨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덧글

  • leopord 2009/05/02 01:28 # 답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름을 처음 듣는 점에서 어쩐지 부끄러워지는군요.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자 촛불 1주년이네요. 여러모로 세상이 좀 더 따스해지길 바라게 됩니다.
  • 백면서생 2009/05/02 01:42 #

    NCC라는 이름으로 주로 불렸지요. 70,80년대까지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큰 보루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로써, NCC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는 현장에서 실제로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일반 운동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뿐이지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기독교는 이분들이 아니라 '개독교'가 다수임을 인정합니다. 젠장할...
  • Earthy 2009/05/02 01:49 # 답글

    NCC는... 개신기독교 주류에서는 아예 인정도 안 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기독교 내에서 대놓고 빨갱이로 욕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던가요.
  • 백면서생 2009/05/02 01:58 #

    그분들이 인정안함에도 불구하고, 그분들 소속 교단은 모두 여기 NCC 소속이랍니다. 그분들 소속 교단장들이 돌아가며 회장이 되고요. 웃기지요. 그러면서 빨갱이라 합니다.

    이유는 퍽 단순합니다. 이곳이 인권, 민주주의를 말하기 때문이지요. 그거 말하는 놈들은 다 빨갱이고 이단이죠.
  • Earthy 2009/05/02 02:00 #

    그게 지금 대한민국 개신기독교의 현실이겠죠.
    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쉬울 따름입니다.
  • 백면서생 2009/05/02 02:09 #

    꼭 기독교만은 아닙니다. '나' 말고 '남'은 다 나쁜놈이라는 배제주의는 대한민국 어디나 제1원칙이죠. 그리고 민주주의, 인권은 빨갱이고. 정치, 교육, 문화,노동, 다 그렇죠. 어느 부문이건, 운동 제대로 했던 사람치고 빨갱이 소리 안 들은 사람 있을까요. 안타까운건 기독교가 유난히 보수, 반공, 극우, 친미가 많고 목소리가 크다는 거겠지요. 뭐, 욕먹어 쌉니다.
  • 유로스 2009/05/02 02:58 # 답글

    작년에도, 올해도 NCC는 나름대로 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참 힘들군요. 모처에서 NCC 가입 문제 놓고 투닥거리는 것도 그렇고요...
  • 백면서생 2009/05/02 10:57 #

    네, 모든게 쉽지 않습니다. 가입 문제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아직도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이 많고, 그걸 이용하는 분들은 더 많고, 그런 기독교고 그런 세상입니다.
  • 운향목 2009/05/02 07:21 # 답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에게 자비와 광명을 내려주시는 부처님.
    부디 평범한 우리네 사람들도 그 부처님을 조금씩이나마 닮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두요....
  • 백면서생 2009/05/02 10:58 #

    맞아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은 표현입니다. 그게 바로 부처님과 불교의 가장 큰 덕목이겠습니다. 자비와 넉넉함. 어쩌면 기독교와 다른지 말입니다.
  • 책벌레 2009/05/17 14:06 # 답글

    KNCC하니까 작년 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본가들을 널리 이롭게 하기 위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우길때, KNCC에서 공개적으로 개발사업은 하느님의 창조섭리에 도전하는 사탄의 계획이므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낸 일이 생각나납니다.
    당 시 성공회 서울교구장이셨던-아시겠지만, 제가 신앙생활하는 성공회는 KNCC 회원교단입니다.-박경조 프란시스 주교님께서도 기독교인은 아니오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명박이 장로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단순무식함을 비판하셨지요.
    그분의 설교를 한겨레 신문에서 읽으면서 성공회를 포함한 KNCC회원교단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계의 마이너리티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 백면서생 2009/05/20 16:23 #

    성공회 신자셨군요. 성공회는 우리나라 종교계에서 드문 건강한 곳입니다. 제 후배 중 하나가 성공회 신부님이 되어 지금 용산의 어느 곳에서 주민을 위한 조직체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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