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이 집은 늘 시끄러웠다. 이곳의 주택 혹은 주택가 구조상 매우 밀집되어 있는 곳 중 하나인데, 이곳은 묘하게 그집 마당과 내가 있는 집 뒤쪽이 일종의 공터 같은 공간을 이루고 있어서 소리가 매우 잘 울렸다.

하지만 진짜 시끄러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집 주인은 왕년에 좀 조직 생활을 하신 분으로, 문신도 충분히 있고 목소리도 충분히 ‘가오’가 있었다. 그래서 ‘동생’들이 자주 찾아왔고 아들들도 그 동생들과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어투로 함께 떠들곤 했다.

명절에는 그 중간의 공간에 식탁 몇개를 붙이고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떠들고 마작을 했다. 장성한 아들들 딸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거기 사는 아들과 아들의 아이들과 함께 풀어놓았다.

한번은 새벽 3시가 넘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매우 겸손하게, 그리고 소근소근 몇마디 했고 그집 주인은 큰 소리로 ‘하올러, 하올러’ 했다. 이말은 대략 ‘오케이’ 정도로, 그냥 대충 알았으니 그만 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귀를 휴지로 틀어막거나 영화에서처럼 배게로 덮는 것밖에 없었다. 아니면 뭔가 신경을 다른데로 돌리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꽤 여러해였는데, 문득 뒷집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를 대략 일년에 서너번 정도 오는데, 언제부턴가 잠을 아주 잘 자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라? 처음엔 불을 안 켜고 그쪽 창으로 내다보며 정탐을 했다. 어디 다른데서 모이나? 이사갔나?

그러다가 나의 고향집을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을
명절마다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형이 잘 챙겼지만 누나는 늘 저쪽집에 치어서 오지 못하거나 지나서 오곤 했다. 그건 내가 집을 떠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집 아들들은 이제 오지 않는다. ‘동생’들도 이제 늙고 쇠락한 ‘형님’을 만나러 오지 않는다. 그리고, 있던 아들과 딸과 며느리도 모두 떠나갔다. 하여 아이들의 고함과 야단치는 소리, 자글자글 마작 섞는 소리, 영감의 잔소리, 술을 더 사러 가게에 가기 위해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소리가 이제 들리지 않는다.

창문을 열고 잠을 자도 된다고 동행에게 말했지만, 사실 동행은 이미 어릴 때부터 그 시끄러움을 견디고 집과 골목과 고향집과 불편하기만한 옛집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저, 타향인인, 나그네인 나만 불편했고, 나만 편해졌을 뿐이었다.

허나, 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육체만 편해졌을 뿐 생각은 더 어지러워졌다. 그러하다, 편하지 않다. 그것이 인생, 이겠지만, 그것이 편하지 않다. 그러하다. 뭐 그렇게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뭐 그러하다. 그러나 편하지 않다.

삼월엔 아버지 어머니에게 인사하러 가야겠다. 좋은 곳이지만 조용한 그곳에 가야겠다. 가서 좀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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